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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카라콜의 일상.


(2013년 6월 23일)


고속주행.



  아침 일찍 우리는 버스들이 모여있는 터미널로 이동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카라콜 행이 아닌 수도 비슈케크를 비롯한 서쪽 도시로 가는 차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라콜로 가는 미니버스는 어디에서 탑승할 수 있나요?


  우리는 택시를 탔다. 잘 모르면 택시를 타는 게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택시는 얼마 가지 않아 차를 세웠다. 걸어서 15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택시비가 조금 아까웠다. 짐들을 들고 도착한 터미널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미니버스 앞에는 카라콜이라는 도시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주변 택시들은 우리들에게 택시를 탈 것을 권했으나 택시까지 타고 카라콜을 가기에는 너무 큰 사치였다.


  택시에 짐들을 싣고, 우리는 좁은 공간에 앉았다.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많이 피곤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미니버스가 최선이었다.


  카라콜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며, 매주 일요일 새벽에 열리는 동물시장이 유명하다. 우리는 늦게 출발한 만큼, 동물시장에 대한 기대는 버리기로 했다. 무사히 카라콜에 도착만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꽉 채운 미니버스가 출발했다. 창밖으로는 이식쿨 호수가 계속 보였다.


  또 언제 이곳에서 이식쿨을 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잠을 잤다.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차가 멈췄다. 기사 아저씨가 차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운전을 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고가 났다고 했다. 길을 건너던 개가 우리가 탑승한 미니버스에 치였고, 우리는 찝찝한 마음으로 계속 이동했다. 분명 기사 아저씨의 고속주행 때문이었다. 현지인 몇몇은 멀미와 구토를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기사 아저씨가 저렇게 운전을 한다면 어떨까?

  분명 욕을 한바가지 들을 것이다.


조용한 도시 카라콜.



  카라콜에 도착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의 시장에 내렸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짐들을 풀었다. 깔끔한 숙소는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송쿨과 이식쿨에서는 꿈에도 못꾸던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카라콜은 조용한 도시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치고는 너무 조용했다. 



  친구들은 카라콜의 뜨거운 날씨에 썬크림을 발랐다. 뜨거운 햇살에 노출된 우리들은 계속해서 걸었다.





  조용한 거리를 계속해서 걸었다.

  소련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동상들과 건물들이 제법 보였다.






  사진을 찍고 싶었고,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길에서 만난 특이한 버스만 봐도 반가웠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아슐란팝, 맛있는 그 이름..





  그냥 보기에는 한찬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같다. 그래서 큰 관심없이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음식 냄새가 났다. 




 아주머니께서 열심히 음식을 만드시고 계셨다.

 저 음식은 무엇을까? 맛을 보기로 했다.




  한 그릇이 뚝딱 만들어졌다. 음식의 이름은 아슐란팝. 키르기스스탄 전통음식이었다. 우리나라 도토리묵을 먹는 듯한 미각이었다.

  맛도 가격도 저렴한 아슐란팝을 우리들은 맛있게 먹었다. 기름에 튀긴 빵도 저렴했고, 그 저렴함 때문에 부담없이 많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공사가 진행되었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있는 시장 안에 마련된 식당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건물을 나왔다. 건물 위로 음식 종류와 식당임을 알리는 간판이 보였다. 그나마 이곳이 식당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였다.





  우리는 시장 깊숙히 들어갔다. 현지인들인 낯선 외국인의 등장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모두 좋아했다. 몇몇 사람들은 과일이나 빵을 챙겨주기도 했다. 나도 가지고 온 독도엽서들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한 만남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었다.



카라콜 사람들.



  길에서 만난 청년들이 나를 계속 쳐다봤다. 가만히 보니, 내가 오늘 독도와 싸이가 그려진 독도 티셔츠를 입고 왔다. 청년들이 독도를 아는걸까? 아니, 분명 싸이를 알고 있는 것이겠지. 싸이 흉내를 내는 청년들에게 독도 엽서를 나눠주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진에 담긴 추억과 작은 에피소드 만으로도 충분했다.



  너무 배가 불렀다. 그래서 좀 더 걸어가보기로 했다.  역시 도시는 너무 조용했다.




  장난끼 넘치는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잠깐 담아본다. 내가 본인들의 모습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그저 장난끼 넘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저 멀리 러시아 정교회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들은 건물 색이 예쁜 것 같다. 그래서 시선이 가고, 카메라를 자연스레 들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서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근처 커피숍에서 트래킹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내일 트래킹이 기대되었다. 내일 트래킹에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온 한스 아저씨도 함께 하기로 했다. 늦은 저녁 시장에서 사온 듸냐와 수박을 먹으며,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