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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야간비행*-김용균 어머니 생각 / 허창순

아득한 지평 어디 돌아오지 못할 비행飛行
희미한 손전등에 온몸을 의지했던
네 죄는 비정규직이다. 외주의 울에 갇힌

조종간 움켜쥐고 태풍을 건너던 너
관절이 부러지도록 날개를 저어가도
불 꺼진 관제탑에선 끝내 말이 없었다지

낙탄 속 죽지 아래 뜯지 못한 컵라면
부어오른 네 눈앞엔 거짓말들 나뒹굴고
수첩 속 빽빽했던 하루 생떼 같은 내 어린것

날개 다시 반짝 털고 하늘을 날자꾸나
사람만 있는 세상 너라는 별로 떠라
땅에서 못난 이 어미 네 법의 불을 켜마.


*생텍쥐페리 소설, 안전을 무시하고 야간비행 감행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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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뜨개 코 빠진 자리 메우는 그 치열했던 시간이 따뜻한 치유의 시간이었음에 감사합니다.

  선택의 기회도 없이 쥐어진 숟가락으로 비포장 뿌연 먼지 길 위에서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인 우리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소통하고 누군가의 희망의 章이 된다면 기꺼이 그곳에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훈훈한 밥상머리에 앉아보렵니다.

  중학교 때 신문사 주최 시가 당선된 게 꿈의 시작이었는지 안으로만 삭이던 응어리들이 쌓이며 늘 뭔가 써야겠다는 타는 목마름에 단비 같은 길을 열어주신 영주일보와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조를 처음 가르쳐 주신 양점숙 선생님의 지도와 격려 속에서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학과에서의 이지엽 지도교수님의 체계적인 심화 지도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지혜, 지수, 병용 그리고 무한한 글감을 준 든든한 남편과 기쁨을 나누며 마지막 순간에도 아멘으로 떠난 엄마를 주신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 1960년생
  ●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 시조창작학과 재학
  ● 제11회 전국 가람시조백일장 장원


  <심사평>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약자를 감싸 안으려는 따스함과 긍정의 힘

  전국에서 정성스레 보내온 500여 편의 응모작품들을 살폈다. 정형시조의 기본에서 어긋난 작품들은 우선 제외 했다. 1차로 걸러낸 작품 중에서 너무 관념적이거나 식상한 고어 투의 작품들을 다시 내려놓았다. 김정애 문혜영 정두섭 허창순씨의 작품이 남았다.

  김정애씨의 작품은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실력이 돋보이고 제목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으나 상투적인 표현이 많아 신선함이 부족했다. 문헤영씨의 경우는 사유의 깊이나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은 있었지만 음보가 가끔씩 불안하고, 시조 가락의 자연스러움이 아쉬웠다. 정두섭씨는 전반적으로 매끄럽고 언어를 부릴 줄 아는 기교가 뛰어났다. 현대시조의 특징을 잘 살려 옷을 멋스럽게 입은 점도 매력적이고 읽을수록 말맛도 있었지만 조금 가벼운 느낌이 났다. 허창순씨의 작품은 지나친 수사적 기교도 없고 소재 펼치는 방식이나 시상 전개가 자연스럽고 마지막 수까지 이끌어가는 힘도 좋았다.

  하나하나 작품을 교차 비교하면서 한참을 고민하다 최종 허창순씨의 ‘야간비행’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약자를 감싸 안으려는 따스함과 긍정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선 매일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직업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 그 외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0년이 다 되어가지만무엇이 달라졌을까? 고故 김용균군은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

  누군가 죽어야 안전해지는 나라가 아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당선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인사를 보낸다. 더불어 아쉽게 탈락하신 응모자들께는 용기 잃지 마시고 재도전 하시라고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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