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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미생未生 / 김다솜

조간신문 머리말에 걸쳐진 새벽 냄새
해묵은 구두 위로 선선히 내려앉고
뜯어진 인생 한 자락 곱게 기워 접었다

품이 큰 외투 위에 위태로운 가방 한 줄
이력서 너머로는 볼 수 없던 회색 바람
지난달 경리 하나가 사직서를 써냈다

각이 진 사무실 속 구석진 나의 자리
수없이 훑어 내린 기획서 속 오타 하나
내 삶의 오점 하나가 툭 떨어진 어느 오후


  <당선소감>

   "문학과 꾸준히 친해지고 싶습니다"



  글을 쓸 때면 항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쌓여있는데 그걸 어떻게 갈무리해 백지를 채워나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습니다.

  나도 모르는 나의 감정을 언어로 형상화해서 마주 보는 것이 어색했었으니까요. 그래도 그건 제 글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제 삶을 샅샅이 뒤져 건져 올린 언어로 만들어낸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쓴 글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저는 계속 그들을 훑어 내려가며 세상을 바라보고, 그 삶으로 글을 쓰겠지요. 그렇게 새로 쌓인 것들이 다시 저를 받쳐주는, 그 모든 순간을 기대하며 기쁘게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과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시조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박영우 교수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15학번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문학과는 매일은 아니어도 매달 보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친해집시다.

  ● 1996년 출생
  ● 경기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예정


  <심사평>

  "밀도 있는 詩語 운용이 몰입도 끌어올려

  우리가 신춘문예를 눈여겨보는 까닭은 현재 신인들의 관심과 경향성은 어떠하며 미래 시조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를 바라보는 척도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응모작은 ‘왜 시조인가?’에 대한 의문과 극복의 과제를 더 많이 던져주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700년 역사를 간직한 시조는 응축과 절제, 운율과 가락의 미학이 그 특징이다. 그러므로 심사관점은 시조적 특징을 얼마나 충족시켰는가, 어떤 변별성을 가졌는가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미생(未生)’은 바라보는 대상이 구체적이고, 감정의 과잉을 극복한 점이 신뢰를 갖게 한다. 잘 발효된 작품이라 말하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으나 가능성 면에서 보면 그런 아쉬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첫째 둘째 수는 다소 인내를 요하는 부분이 있지만 셋째 수에 이르면 밀고 당기는 가락의 힘과 구성의 완결성이 현대시조답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특히 밀도 있는 시어의 운용이 종장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면서 마침표를 찍는 솜씨가 좋았다. 함께 보낸 다른 작품도 고른 수준을 보여 망설임 없이 당선의 영예를 드리기로 했다.

심사위원 :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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