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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호주머니 속 알사탕 / 이송현

 

호주머니 속, 신호등 빛깔 알사탕

제각각 다른 색깔이라 달콤하다면서

왜 얼굴색은 다르면 안 된다는 걸까?


급식 당번 온 우리 엄마

검은 얼굴 보더니

친구들 모두 식판 뒤로 숨기고

멀찍이 뒷걸음질 친다, 뒤로 물러난다.


"너희 엄마 필리핀이야?"

친구들의 질문에 조가비처럼

입이 꼭 다물어지고

학교 온 우리 엄마가 밉기만 한데


엄마는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내 호주머니 속에 알사탕을 넣어주고

싱글벙글 웃는다.


나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 속 알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무는데

"너, 어디서 왔어?" 친구들 놀림에

나는 왜 바보처럼 울기만 했을까?


"나, 한국에서 왔다!"


입 속에 굴러다니는 동글동글 알사탕

왜 자꾸만 짠맛이 날까?

눈물 맛이 날까?




  <당선소감>


   늘 유쾌하게 상상하며 동심 잃지 않고 정진할 터


  "으랏차차, 즐거운 오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주문처럼 외우는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고 나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없던 힘이 샘솟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던 날은 '진짜 좋은 오늘'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피로와 우울했던 일들이 창피해하며 뒤꽁무니를 숨기고 단숨에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멀리 호주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살아가는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DK가 생각났습니다. 어린 시절, 늘 나의 잔꾀에 순진하게 속고도 항상 좋다고 웃던 남동생입니다. 심부름하기 귀찮아서 "네 달리기 실력은 우리 동네 최고인 거 같아"란 나의 감언이설에 늘 속아서 돈을 들고 동네 수퍼로 하루에도 열두 번씩 달려 나가던 DK.

  그 옛날의 동심을 잃지 않고 살렵니다. 늘 즐겁고, 늘 유쾌하게, 늘 상상하고, 늘 꿈꾸던 하루하루, 소중한 오늘을 가슴속에 꼭꼭 채워 넣은 채, 열심히 달릴 겁니다. 찬바람 씽씽 부는 날에도,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날에도, 항상 똑바로 앞을 보고 신나게 달리겠습니다.

  살펴주신 선생님들,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누(累)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 드립니다.




  ● 1977년 대구 출생
  ● 중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 제5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
 



  <심사평>


  동시에선 드문 현실성 있는 소재·사실적 이야기에 주목


  응모작들은 대체로 작품의 완성도나 표현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의 특성을 잘 살린 참신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유치한 발상에 머문 작품도 있었고, 너무 시적인 표현에 치우쳐 성인시 비슷한 작품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우식·문영희·현경미·유금옥·이송현의 작품을 골라냈다.

  이우식의 '할머니 아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다룬 작품으로 무리 없이 시상을 끌어갔으나 상식적인 내용이어서 감동이 약했다. 문영희의 '키재기'는 아이의 생각과 말을 통해 상큼하게 풀어갔지만 이미 기존 동시에서 흔히 다룬 발상인 점이 흠이었다. 현경미의 '잠이 안 와' 외 9편은 모든 작품이 기복이 없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주목을 했으나 낯익은 발상과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유금옥의 '강아지와 교실'은 사랑의 동심을 아름답게 묘사한 좋은 작품이었지만 너무 담담한 묘사로 일관한 것이 단점이었다.

  이송현의 '호주머니 속 알사탕'은 다문화 가정 아이의 아픔을 알사탕과 절묘하게 결합하여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동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현실성 있는 소재와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이의 아픔을 잔잔한 감동의 울림으로 호소력 있게 풀어낸 역량이 만만치 않았다. 좀 더 압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이야기가 있는 긴 호흡의 시를 짜임새 있게 완결한 솜씨가 돋보였다. 애석하게 탈락한 응모자들에게 위로와 함께 분발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 이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