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선작>

 

   별들이 깜빡이는 이유 / 박미영

 

하늘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다, 오버!

노을이 빨갛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저녁은 절전 모드로 진행 중


배경부터 어두컴컴하게 밝기 조절 완료

바람과 구름도 잠시 멈춤 완료

새들도 가만히 대기 모드 완료


하나둘셋넷, 둘둘셋넷……

드디어 나타났다, 오버!


별들이 깜박깜박 하늘을 충전시키고 있다.





  <당선소감>


   "받아쓰기 100점 받은 기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말을 받아쓰기한다. 제대로 받아적지 못해서 늘 안달이 났었다. 수업 중에도 아이들은 나를 시험에 들게한다. 뒤통수에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모두 동시이다. 처음에는 듣지 못했던 말, 제대로 못 알아듣고 놓친 말, 일부러 못 들은 척 한 말들이 교실과 운동장에 차고 넘친다.

당선의 기쁜 소식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즐거운 과자 파티로 생의 찬란한 순간을 같이 나누었을 것이다. “선생님, 다시 태어나는 게 어떤 건지 알아요?”라고 묻던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얼마나 신나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축하해 줄 지 이제 그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님들 감사하다. 시만 쓰던 나에게 동시를 쓰도록 주문하고 가르침을 준 신익선 선생님과 산사시 동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세상이 더 환해졌다.


  ●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상, 충남문학대상
  ● 시집 <신발> <꽃사전> 등



  <심사평>


  자연현상에 대한 참신한 시적 이미지 돋보여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오른 20명의 작품 71편을 읽었다. 응모작들은 대부분 시적 기량은 안정되어 있었지만, 참신한 발상과 신인다운 패기를 느낄 만한 새로운 작품이 드물었다. 요즘 동시의 경향을 답습하고 있는 듯, 뻔한 내용을 산문적인 진술로 일관한 동시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신인이라면 다양한 소재와 경향의 작품들을 두루 써 보고, 기성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실험과 모색을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네 편을 골라내어 비교 검토했다. ‘터널’은 동심적 발상은 좋았으나 소품으로 그쳤다. ‘난 괜찮아’는 의인화 기법을 살려 감동을 주고 있지만 너무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아빠 구두’는 동심을 잘 살린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지만 낯익은 발상과 표현이 흠이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별들이 깜박이는 이유’는 동화적 상상력이 신선했다. 자연 현상에 대한 참신한 시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였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도 역량이 느껴져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노력하여 빛나는 작품들을 많이 쓰기 바란다.

심사위원 : 신현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