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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8구역 배추자 여사 / 김효진

 

“야! 할머니는 잘 계시니? 너희 할머니 무섭지?”

민상이다.

민상이는 친구도 많고 활발하지만,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쓸데없이 말을 걸어 귀찮게 굴거나 자꾸만 내 약점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내 앞에서 엉덩이를 씰룩대고, 상체를 마구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너 8구역 사는 거 맞지? 거기 무섭지 않아?”

우리 동네는 큰길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와 재개발 구역으로 나뉜다. 민상이는 내가 재개발 8구역에 사는 걸 알고 콕 집어서 말을 했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민상이를 보고 피식피식 웃었다. 민상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 나를 놀리려고 하는 건데, 정확히는 우리 할머니 배 여사 흉내를 내는 거다.

나는 민상이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진짜 무서운 거 보여줘?”

민상이가 움찔했다. 나는 더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나는 우리 학년에서 제일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 그래서 내가 조금만 크게 말해도 아이들이 뒷걸음질을 친다. 내가 말을 별로 안 하니까 사람들이 어른스럽다고 하는데, 할머니는 만날 나보고 밴댕이 속이라고 그런다. 하지만 사람은 나보고 할머니를 똑 닮았다고 말한다.

기분이 나쁠 땐 얼른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최고다. 요즘 내 관심사는 오직 배추흰나비다. 학교에서 배추흰나비 한살이를 배우는 중이었다. 흰나비 알이 배춧속에 숨어 있다는 말을 듣자, 옆집 텃밭이 생각났다. 곧 허물 예정인 주인 없는 빈집인데 텃밭은 이미 고양이 화장실이 되어 버렸다. 텃밭에 썩어가는 배춧잎을 뒤적여 보았더니 보석 같은 알이 숨어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채집통을 열어 보았다. 처음에 알이 세 개가 있었다. 온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한 마리만 살아남아 번데기가 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이다. 번데기가 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번데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배 여사 방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굵은 빗방울이 지붕 위를 두드리는 것 같은 타악기 소리다.

“딩또로동동댕당!”

그렇지 않아도 공사장 소음 때문에 창문이 흔들릴 지경인데 매일 정신이 없다. 나는 채집통을 끌어안고 배 여사 방문을 벌컥 열었다.

“배 여사님 좀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요?”

배 여사는 늘 그렇듯 동전 모양 장식이 다닥다닥 붙은 치마를 입고 벨리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배 여사가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손주님이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요? 할머니 춤 연습 중이잖아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민상이가 놀리던 게 생각이 나 더욱 짜증이 났다.

“벨리 말고 노래 교실이나 서예, 꽃꽂이 뭐 그런 거 하면 안 돼? 아니면 그냥 티셔츠를 입고 추던가.”

“태권도 할 때 도복입고, 수영할 때 수영복 입고, 벨리 댄서가 벨리복 입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

“춤출 때만 입으면 되잖아.”

“난 평소에도 계속 춤춰. 그렇지 않아도 입을 옷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야.”

집안 서랍, 장롱, 옷걸이까지 온통 벨리 옷뿐인데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너나 그 벌레 통 갖다 버려.”

나는 놀라서 채집통을 더 꽉 끌어안았다. 혹시나 번데기가 배 여사 얘기 들을까 봐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버, 벌레? 벌레라고 했어? 얘 다 들어. 벌레 아니야 번데기야.”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기른 건데 버리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배 여사랑은 맞는 게 하나도 없다. 배 여사가 춤을 멈추고 방 한쪽에 종이 뭉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끄러워! 저거나 들고 따라와.”

배 여사가 직접 쓴 것 같은 삐뚤빼뚤한 글씨의 전단이었다. 나는 전단을 소리 내 읽어보았다.

“벨리댄스 강좌. 8구역 푸른 경로당, 강습료 무료? 이게 뭐야?”

나는 동네 할머니들이 벨리복을 입고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민상이가 보기라도 한다면 더 끔찍하다. 할머니는 내 마음도 모르고 전단을 내 가슴에 털썩 안겼다.

“들고 따라 나와.”

배 여사는 벨리복 위에 겉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향했다.

나는 전단으로 얼굴을 가리고 발밑만 보면서 걸었다. 동네를 벗어나 큰길가로 나오자 사람들이 배 여사를 힐끔거렸다. 괜히 나까지 힐끔거린다. 배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어깨를 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신호등 앞에서 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 붙여! 저기 담장에도 붙이고.”

나는 배 여사가 시키는 대로 테이프를 뜯어서 전단을 대충 붙였다. 비뚤어 붙인 전단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바람에 펄럭였다. 배 여사는 내가 전단을 다 붙이지도 않았는데 성큼성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나는 배 여사가 나를 떼놓고 혼자 갈까 봐 발걸음을 서둘렀다. 건너편에서 민상이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놀라서 안고 있던 전단을 떨어뜨릴 뻔했다. 큰길 근처가 민상이네 집인 걸 깜빡했다. 나는 민상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배 여사 등에 이마를 붙이고 몸을 숨기며 걸었다.

그 사이 민상이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는데, 다행히 날 못 보고 지나간 것 같았다. 안심하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길 건너편에 서 있는 민상이를 보고 숨이 탁 멎는 것 같았다. 민상이가 전단을 떼어 승리의 깃발처럼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빨간 불인 것도 잊고 민상이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배 여사가 내 뒷덜미를 잡았다.

“빨간불인데 어딜 간다고 그래.”

나는 배 여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거 놔! 쟤가 또 놀리잖아! 나 이거 안 붙여. 이거 아동학대야.”

배 여사가 돌덩이 같은 커다란 주먹을 내 코앞에 들이밀었다.

“너는 노인 학대야. 여태껏 키워줬더니 말하는 것 봐! 배은망덕하기는 어서 붙여!”

나도 뭐라고 따지고 싶은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처음엔 꼭 배 여사 때문에 화가 난건 아니었다. 그런데 여태껏 키워줬다는 말을 듣고 나니까 머릿속이 어지럽고 화만 났다. 나는 배 여사 치맛자락을 잡아 흔들며 말했다.

“누가 키워달라고 그랬어? 창피하지 않게 옷이나 제대로 입던가!”

큰소리를 치자 숨이 가빠오고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스케치북을 뜯어내듯 손에 쥔 할머니 치맛자락에서 우두득 소리가 났다. 촘촘히 박힌 동전 모양 장식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나는 배 여사를 뒤로하고 집을 향해 뛰었다.

한참을 뛰다가 뒤를 돌아봤다. 배 여사가 끈질기게 내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잡히면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8구역도 싫고, 이사 가는 것도 싫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나는 집에 가자마자 배 여사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서랍에서 배 여사 옷들을 꺼내 집히는 대로 꺼내 마당에 집어 던졌다.

배 여사가 쓰러질 듯 숨을 헉헉대며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엉망이 된 벨리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주변에 그 흔하던 공사장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널브러진 옷들이 괴상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배 여사는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옷소매로 눈을 비비며 우는척해도 안 통할 것 같았다.

“아니, 애들이 자꾸, 8구역 산다고 놀리고 할머니 옷도 놀리고······.”

배 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주워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할머니가 내 번데기를 던져버릴까 봐 방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불을 켜지도 않고 혼자 채집통을 열어보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번데기를 비춰보았다. 속에 희미하게 나비의 모양이 비치는 것 같은데 아직 그대로다.

채집통을 끌어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나 보다. 깨어 보니, 집이 조용했다. 채집통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번데기 등이 아주 조금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얼른 뛰어가 배 여사의 방문을 열었다. 불 꺼진 방이 서늘했다. 이 시간에는 늘 집에 있는데 배 여사가 보이지 않았다. 장롱 속 벨리복이 하나도 없고, 바퀴 달린 커다란 여행 가방도 함께 보이지 않았다. 배 여사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늘 있어야 할 곳에 배 여사가 없으니까 무섭고 겁이 났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배 여사가 발가벗고 돌아다녀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가파른 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8구역 입구 경로당에 불이 켜져 있었다. 경로당이라 봐야 방 한 칸에 작은 부엌이랑 화장실이 전부다. 예전에는 사람이 꽉 차서 앉을 자리도 없던 곳인데 요즘은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오늘따라 경로당 안이 소란스러웠다. 나는 걷어차듯 신발을 벗어 던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용수철처럼 고불거리는 머리 모양의 할머니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똑같은 머리 모양,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도 나는 배 여사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뛰어가서 배 여사의 가슴, 허리, 배 어디인지 모를 부분을 꽉 끌어안고 얼굴을 비볐다.

배 여사가 몸을 흔들며 말했다.

“다 큰 게 왜 이래. 할미 수업 중이잖아. 저기 애들하고 놀아줘.”

배 여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할머니들이 짝꿍처럼 데리고 온 손주들이었다. 아이들은 배 여사의 펼쳐진 가방 안에서 벨리복을 꺼내놓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경로당인지 어린이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나도 아이들 사이에 끼어 앉아 가방 속 벨리 의상을 구경했다. 한 번도 자세히 본 적 없었는데, 얄팍한 천이 손 위에서 미끄러지는 게 꽤 예뻐 보였다.

배 여사는 할머니들에게 동작 하나하나를 알려주고 있었다.

“자 발은 어깨너비로 벌리고, 가슴 활짝 이렇게. 배 집어넣고. 아 배 집어넣으라고!”

“넣었다고!”

배 여사가 한쪽 엉덩이를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자, 이게 드롭이야.”

“뭐? 덥?”

이번에는 가슴을 마구 흔들었다.

“이건 쉬미야. 해봐 쉬미.”

“쉬? 아이고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네!”

배 여사를 따라 하는 할머니들의 동작은 하나같이 제각각이었다. 허리와 몸이 따로 움직이는 건 둘째고 팔을 움직이라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덩이를 빼라면 팔을 휘저었다. 사실 조금 놀란 게 배 여사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춤을 가리키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나는 번데기가 나비가 되지 않아도 계속 사랑할 거다. 할머니도 그런 거랑 똑같다. 돈만 좋아하고 만날 떼쓰고 이상한 옷을 입어도 나는 할머니밖에 없다. 그렇게 듣기 싫던 음악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직이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날 무렵 경로당 문으로 새카만 얼굴이 쏙 들어 왔다.

춤을 추던 할머니들이 모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민상이었다. 혹시 나를 약 올리려고 찾아온 건가 싶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태 주먹을 쓴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한주먹에 날려버려야겠다. 그런데 민상이는 내가 아니라 배 여사를 찾았다. 가만히 보니 민상이의 한쪽 손에는 전단이 쥐어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화장을 곱게 한 할머니 손을 잡고 있었다.

민상이는 쑥스러운 듯 손을 잡은 할머니를 보고 말했다.

“봐, 여기 할머니 친구들 많잖아. 저, 저희 할머니가 숫기가 없어서…….”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우리 배 여사님이 아니다.

“잘 왔어 사람은 많을수록 좋아.”

민상이가 나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눈치 빠른 배 여사가 민상이를 내 앞에 앉혀 두었다. 민상이는 단체로 벨리복을 입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배 여사는 내가 들고 있던 벨리 복을 낚아채 민상이 할머니 어깨에 살포시 올려주었다.

배추자 여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자, 쉬었으면 이제 일어나! 빨리 제자리 찾아 가!”

할머니들이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춤추자! 다시 시작하자고!”

나비들이 번데기에서 나와 힘겹게 몸을 펼쳤다. 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꿈틀꿈틀하는 것 같았다. 집에 가면 번데기가 나비가 되어 있을 것 같다. 혹시 문밖으로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음악 소리와 함께 할머니들의 제각각 춤이 시작되었다. 우리 배추자 여사가 날갯짓한다. 8구역 경로당 안에 배추흰나비들이 훨훨 날고 있다.

<끝>




  <당선소감>


   "아이들에게 따뜻한 힘 전하는 글 쓸 것"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부서진 건물 어딘가 어린 시절의 내가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숨어 있는 아이가 잠들지 않게 도와준 건 배추자 여사, 8구역, 기찻길, 길고양이, 강아지풀, 바람 한 잎, 햇볕 한 줌이었습니다. 아이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안부를 물어주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지만, 아이가 자라는데 필요한 건 마을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인연이 되어 아이를 자라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내가 세상에 서 있는 건 보이지 않는 인연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감사한 마음 기억해서 어딘가에 숨어있을 키만 자란 아이들과 두려움 앞에 선 작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힘을 전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그동안 나를 위로하기 위해 글을 썼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기 위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숨어있던 아이에게 용기 내서 밖으로 나오라고 손을 내밀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의 버팀목인 가족과 가르침 주신 선생님들, 동료, 지인, 친구, 글벗이 전해 준 온기로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지켜봐 주신 분들께 고마움 전하고 싶습니다.


  ●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 2015년 KB창작동화제 우수상 수상


 

  <심사평>


  침울할 수 있는 재개발 상황, 밝은 에너지로 채워


동화의 기본 독자는 어린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작품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어른들의 반성문 같은 작품이나 어른 시각에서 어린이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작품은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외면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번 신춘문예에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올라왔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판타지 동화도 제법 있어 반가웠으나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세 편의 작품, ‘언니에게’,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 ‘8구역 배추자 여사’가 본심에 올라왔다.

‘언니에게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악플에 관한 내용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기는 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서사의 흐름을 방해했다.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는 엄마의 가출로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아기 새’라는 판타지 인물을 데려와서 재미있게 풀어간 동화로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동화다운 작품이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아기 새’가 ‘악어새’인가? 아닌가? 아이의 열 살 생일날 엄마가 사라졌다는 설정과 시간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작품이다.

‘8구역 배추자 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혔다. 신축 아파트 재개발구역에 살고 있는 벨리댄서 할머니와 무뚝뚝한 손자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무뚝뚝하지만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정성껏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민상과 거칠어 보이지만 자신과 주변을 밝은 에너지로 채워가는 배추자 여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자칫 침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거침없는 대화와 간결한 문체로 분위기를 전환해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와 ‘8구역 배추자 여사’ 사이에서 고민 끝에 주제와 구성, 완성도 면에서 뛰어난 ‘8구역 배추자 여사’를 당선작으로 골랐다.

아쉽게 선택되지 못한 예비 당선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심사위원 : 안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