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 그림자놀이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 8.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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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이면 작은 형광등에 기대어 그림자놀이를 합니다. 방 안을 훤히 비취는 형광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작은 형광등에 기대는 이유는 고독해지고 싶어서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고독해지는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독해져야 생각이 깊어지고, 글이 잘나오기 때문입니다.

한날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 성적으로는 학교에서 절대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글을 통해 상금이라도 받고 싶었습니다.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한 줄을 지우고... 수없이 반복되는 글과의 씨름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습니다. 마침 함께 글을 배우는 형과 동기가 나타나 술을 한잔하며,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때 몸소 느꼈습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을 즐깁니다. 키보드 사이로 빛이 비추고, 제 손은 쉬지 않고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잠에 빠질 시간, 그 시간이 제 손이 일할 시간입니다.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 술에 취한 사람들의 주정 등 그 모두들이 소재가 되고, 이야기가 됩니다. 가끔 뉴에이지나 피아노 곡 등을 틀어놓고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막히면 바로 아래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그만입니다.

20대의 고독은 보약입니다. 혼자 생각하고, 이유있는 방황을 한다는 것은 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싼 보약이나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기보다는 홀로 방안에 앉아 달빛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건네는 건 어떨까요. 주변을 둘러봐도 혼자였고, 내 뱉은 말들이 다 독백이라고 느껴질 겁니다. 그럼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넉넉한 공간에 덩그러니 달하나 아름답게 놓여있고, 별들이 띄엄띄엄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는걸요. 때론 고개를 돌려, 바닥을 보세요. 눈과 코, 입은 없지만, 두 귀를 가진 검은 친구가 저의 얘기를 늘 기다리고 있으니깐요. 그래서 그림자놀이는 달빛이 비추는, 때로는 형광등이 비추는 깜깜한 공간에서만 가능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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