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암실 / 정원채
암실 / 정원채 캄캄한 공간 속에서 암등의 붉은 빛만이 흘러나왔다. 나는 확대기 캐리어를 열고 사각형 틀에 필름을 장착했다. 필름의 먼지를 에어브러시로 제거한 뒤 확대기 헤드에 캐리어를 끼웠다. 조임 레버를 내려 캐리어를 고정시키고, 확대기 보드에 올려놓은 이젤의 가로 세로 폭을 조정했다. 컨트롤러의 포커스 스위치를 켜고 확대기 렌즈의 조리개 수치를 5.6에 맞췄다. 네거티브 필름의 상이 이젤 위에서 어른거렸다. 확대기 헤드 옆면의 다이얼을 돌리면서 초점을 잡자 상의 윤곽이 점점 분명해졌다. 현미경처럼 생긴 포커스 스코프를 이젤 중앙에 놓고, 필름의 입자가 선명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초점 다이얼을 살짝 돌렸다. 컨트롤러의 스위치를 끄고 포커스 스코프를 옆으로 치웠다. 이젤을 들어 인화지를 한 장 끼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