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덩굴장미 / 김영삼
덩굴장미 / 김영삼 저 불은 끌 수 없다 차가운 불 소나기 지나가자 주춤하던 불길 거세게 되살아나 담장을 또 활활 태운다 잔주름 늘어나는 벽돌담만 녹이면 단숨에 세상을 삼킬 수 있다는 건가 막무가내로 담장을 오르는 불살, 한 번도 불붙어 본 적 없는, 마를 대로 마른 장작 같은 몸뚱이 확! 불 질러 놓고 재 한줌 남기지 않고 스러져도 좋을 무덤, 큼직한 불꽃이 서로 팔들을 엮고 저들의 등을 밟고 올라선 불꽃들이 또 하나의 일가를 이룬 곳으로 나는 걸어 들어간다 나에게 불을 다오, 저들의 영토에 손을 내미는 순간, 나는 차가운 화상을 입는다 불똥은 땅에 떨어져 꽃으로 자꾸 피어나는데 나는 졸지에 불을 잃다 나의 詩는 제로… 100을 향해 달려간다 퇴근 준비를 하다가 당선 소식을 들었다. 내가 쓰던 작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