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딱따구리가 꾸르르기 / 장영복
딱따구리가 꾸르르기 / 장영복 내가 산에서 아아아, 메아리 부르던 날,딱따구리 한 마리가 입속으로 날아들었다.나는 딱따구리가 날아가지 못하게 얼른 입을 다물었다.딱따구리는 그날부터 내 뱃속에서 살았다.힘들게 나무를 쪼아 벌레 잡을 필요도 없고힘센 황조롱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총 든 사냥꾼이 지나갈까봐 고개를 요리조리 살필 일도 없이 편히 살았다.딱따구리는 딱다르르 소리 내는 것도 금방 잊었다.어쩌다 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내가 미처 밥을 먹지 못하면 꾹꾸르르 꾸르르르 소리를 낸다.딱따구리는, 밥을 달라는 건지 벌레를 잡는 건지알 수 없는 소리로 우는 꾸르르기가 되었다. 꾸르르기는 넷째 시간 끝나는 종이 울릴 무렵 꾹꾸르르 꾸르르르 운다.나는 꾸르르기가 울면 하아 입을 벌리고 맛있는 밥을 먹여준다.밥을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