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말 없는 말 / 조제인
말 없는 말 / 조제인 오후 4시 19분, 한종주 님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의사가 사망 시간을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뇌사로 판정된 남편의 배를 갈라 콩팥, 간장, 각막을 적출하고 호흡기를 뗀 시각을 말해주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의사가 굳은 입술과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초로의 잔주름에 검버섯 핀 눈가, 은테 안경알이 내 얼굴을 비추듯 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의사와 내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나는 입원실에 짐을 챙기러 갔다. 병실의 링거와 생명 보조장치가 치워졌고 침대 시트가 갈아졌다. 남편이 열흘간 머문 병실이 낯설었다. 창가에 하얀 민들레가 말라 있었다. 사물함을 열어 물건을 챙겼다. 남편이 입었던 옷을 개어 가방에 담았다. 코트와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