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폐쇄, 회로 - 이호
폐쇄, 회로 / 이호 창문 앞에 섰을 때 그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주차장이 되어버린 주차장이었다. … 멈춰있지도 않았다. 덜덜거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불안 때문인지 겁에 질린 채로 주차장이,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차들은 목적지를 지나쳐버렸고 어디서 브레이크를 밟을지를 알지 못했다 미끄러지는 차들과 사람들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들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야 했던 걸까 〈CAM 001〉 아침 여덟 시에, 그 사람은 창문을 열었다. 창밖은 자동차로 가득했고, 시동을 거는 소리와 기화된 가솔린을 빨아대는 엔진 소리, 차를 빼달라고 외쳐대는 전화벨이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차들의 행렬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엉클어지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한참 동안 멈춰 서서 경비의 수신호에 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