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빨랫줄과 바지랑대 - 이두래
빨랫줄과 바지랑대 / 이두래 따사로운 봄볕이 청마루에 성큼 다가들 때쯤, 빨래를 끝낸 어머니는 청마루에 걸터앉아 나를 불렀다. 머리를 감고 옷도 말끔하게 갈아입은 나를 무릎에 뉘고 귀를 후벼주셨다. 어머니의 무릎을 베개 삼고 누운 내 동공으로 물기 걷혀가는 빨래들이 꽉 차게 들어왔다. 마당을 가로질러 빨랫줄이 길게 걸쳐져 있었다. 할머니의 흰 고의적삼, 아버지의 푸르죽죽한 바지, 어머니의 얼룩덜룩 일 바지, 우리들의 푸르뎅뎅한 옷들과 발꿈치를 기운 양말, 그리고 가슴이 볼록해진 언니들의 속옷을 감춘 옷들 위에 봄볕이 걸렸다. 봄볕은 색고운 꽃들을 피워내고서도 우리 집 빨랫줄에 걸린 옷들의 때깔만은 어쩌지 못하는지 그저 그런 색 바랜 옷들뿐이었다. 옆으로 드러누운 놈, 철봉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