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꽃씨, 날아가다 - 조은덕
꽃씨, 날아가다 - 조은덕 바람이 날라다 준 햇살 한 줌 끌어안고손가락 굵기만큼 동글 납작 눕히는 무어머니, 물기 밴 시간 꼬들꼬들 말라 간다 짓무를라, 떼어 내고 뒤집어서 옮겨 놓는뒤틀린 세월들을 하나 둘씩 펼쳐본다여름이 남기고 간 속살 광주리에 가득하다 맵고 짠 눈물 섞어 켜켜이 눌러 담은어둠 속에 숨 고르는 울혈의 무말랭이주름진 생을 삭힌다, 아린 손끝 붉어온다 돌아가는 모퉁이길 얼비치는 맑은 아침마른 뼈 꽉 움켜 쥔 말간 핏줄 여울목에어머니 가벼워진 몸, 꽃씨 되어 날아간다 조은덕 △1965년 충남 공주시 출생 △숭실대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2006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 △한국식물화가협회 회원 기다림이 있으므로 시간은 더디게 갔고, 더딘 만큼 견뎌야 할 생의 길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