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꽃밭 - 박진홍
꽃밭 / 박진홍 나는 나비를 한참이나 눈으로 쫓아다녔습니다참 예뻤어요, 다른 건 다 시커멓고 흐릿해 싫은데나비만 또렷하게 예뻤어요나는 마음먹었습니다… 마당에 꽃밭을 만들기로요 우리 집은 무척 낡았습니다. 뒷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초라한지 몰라요. 한쪽 지붕이 주저앉아서, 꼭 짜부라진 자라 등껍질 같아요. 그 주저앉은 지붕 아래는 바로 내 방입니다. 천장이 낮고, 햇빛이 잘 안 들어서 낮에도 어두컴컴해요. 벽지는 여기저기 벗겨졌고, 얼룩덜룩한 것도 많이 묻었고요. 내 방에서는 책도 보기 싫어요. 그래서 나는 되도록 마루에 나가 있습니다. 몹시 추울 때만 빼고요. 하지만 마루도 군데군데 썩어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요.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우리 집에서 가장 싫어하는 곳은 부엌이에요.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