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위질은 이렇게 / 이인애
가위질은 이렇게 / 이인애 엄마의 엄지와 약지는사이에서 놀고 있는 손가락들을움직이게 하는 두 가닥의 힘이다엄마는 매일 아침낮은 간판 아래 무릎을 꿇는다빠져나갈 구멍만 있으면, 하며 집을 나와미장원 열쇠구멍이나 찾는 엄마날이 마모된 커트용 가위가정수리에서 밀려나온 머리카락을 씹는다언젠가부터 밥알도 질기다던 아버지처럼잘근잘근 이로 뭉갠 머리카락을 토한다중심에서 멀어진 것들은 잘라내야 한다는 생각아버지가 다니던 석재공장에서도돌가루처럼 번져갔던 걸까남편의 까맣고 윤기 나는 직장을 두 동강 내는엄마의 가위질을 탓하는 점쟁이눈 뒤집힌 말들, 미용실 바닥에 쌓인다 가위질 하는 두 손가락 사이에서 졸고 있는검지나 중지보다도 가늘어진 아버지를자를 때가 왔다는 통보가 왔다마지막으로 병원에 갔다 오던 날엄마는 가위가 돌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