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 여자, 마네킹 - 강봉덕
그 여자, 마네킹 / 강봉덕 때론, 패션도 종교가 된다 묵언수행 하는 그 여자 침묵으로 한 종파를 완성시킨다 그 종파의 교리는 계절을 앞질러 가는 것 한 계절 똑같은 웃음이나 빛깔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계절에 이르기 전 그 여자의 설법은 고요하고 은밀하다 이 거리에 들어온 사람들은 주술에 걸리듯 그 여자의 짝퉁이 되기 시작한다 포교는 항상 중심에서 변방으로 퍼진다 짧은 치마처럼 간단명료한 표정 미끈한 팔다리로 사람들을 전염시키며 파격적인 노출도 교리가 된다 패션이 변할 때 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표정을 만들며 순종적으로 바뀐다 경기불황이 몰려오면 그녀는 더 화려하고 빠르게 변신한다 사라진 추종자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은 침침한 눈으로 바늘귀에 실 꿰듯 힘겨운 일이지만 손바닥 뒤집듯 가벼울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