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미역국 / 강일규
미역국 / 강일규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연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 근을 샀다 "아픈 이들 보듬는 따뜻한 시 쓰겠다“ 시클라멘 화분에 영희 씨 젖꼭지만한 붉은 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터트리기 전 베란다에서 햇살을 즐긴다는 그녀, 피고 지면 또 다른 꽃대가 올라온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