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강화길 / 방
방 강화길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오늘, 나는 혼자 복숭아 통조림을 먹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가 창 밑으로 가까워졌다. 이 소리는 늘 빛과 함께 나타난다. 어두운 옥탑방에 붉은빛이 안개처럼 가라앉는다. 바닥이 붉게 흔들린다. 나는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 등이 차가운 벽에 닿는 순간, 깊고 날카로운 통증이 오른손 중지를 관통한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입김이 손을 데운다. 나는 손에 담긴 복숭아 향을 맡는다. 통증이 더 심해진다. 손목이 아릴 때마다 나는 수연에게 팔을 내밀곤 했었다.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그녀는 내 손목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우리는 늘 두 손을 맞잡은 채 잠들었다. 사이렌 소리가 덜컹대는 차바퀴 소리와 함께 창 밑을 지나간다. 쇳소리가 귀를 긁자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