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거위의 집 - 범현이
거위의 집 / 범현이 남양장에서 들리는 것은 진짜 거위 소리였다. 나는 까치발을 딛고 남양장의 시멘트 벽돌담을 너머다 보았다. 하지만 170센티미터의 내 키는 벽돌담의 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의자든 양동이든 올라서지 않고서는 남양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차장에 딛고 설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차관리인 처지에 아침 일찍 들어온 그랜저와 아우디의 보닛에 올라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차할 때 뒤 범퍼가 시멘트 벽돌담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갖다놓은 폐타이어는 올라서나마나 일 것 같았다. 이런 때 플라스틱 의자라도 있으면 딱 좋으련만. 담을 붙잡고 있던 팔을 내리는데 마땅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입구에 누군가 버리고 간 철제 쓰레기통이었다. 의자 높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