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검은 줄 - 김정경
검은 줄 파업이 길어지고 있었다 주머니엔 말린 꽃잎 같은 지폐 몇 장 만지작거릴수록 얇아졌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방바닥에 검은 줄 하나 그어져 있다 특수고용자로 분류된 나는 노동조합이 철야 농성 중인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문 위에 붉은 글씨로 쓴 부적들 나부끼고 제 이름 외치며 뛰쳐나온 노란 팬지꽃 화단 위에 삐뚤빼뚤 구호를 받아 적었다 나무 기둥의 몸을 열고 나온 날개미들, 좁은 방에 검은 줄 늘려가고 있다 문 걸어 잠그고 쓰다 남은 살충제 쏟아 붓는다 혼자서 살겠다고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 개미들이 따라가며 밑줄을 긋는다 고쳐 쓰다만 자기소개서 위의 검은 줄이 흩어진다 시 당선소감 - "손녀에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