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랩타임 - 김태선
랩타임 / 김태선 서킷은 한산했다. 차창을 열자 아침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영상 14도, 좋은 온도다. 수온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패독에 대기 중인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메인 컨트롤 타워에서 표를 끊고 시계를 보니 주행을 준비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타이어 공기압을 한 번 더 체크하며 시합 날 아내 현주가 응원석에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운전석 버킷시트에 앉아 4점식 벨트의 버클을 채운다. 양쪽 어깨에서 내려온 벨트의 끈을 잡아당기자 엉덩이와 척추가 시트에 딱 달라붙는다. 시트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는 기분이 드는 순간 맥박이 조금 빨라진다. 벨트가 맞물리는 소리는 의식을 전환시키는 신호탄과도 같다. ‘딸깍’ 소리와 동시에 낙하산을 메고 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 된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