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주신춘문예 시 당선작] 김경순 / 당선작외 응모작 2편
우리들의 인사법法 김경순 1. 지문이 세면대 밸브에 쌓여간다 암묵적인 약속처럼 조심스럽게 잡고 올렸다 내리며 안녕, 밸브를 감싸 쥐고 그 위에 나의 지문을 포갠다, 새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매머드를 화석으로 만나듯 비 젖은 발자국에 서로의 무게로 깊이를 더하듯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조우하게 되는 것일까. 만나지 않으려 이렇게 만나는 것일까. 안녕, 안녕, 헤어질 때와 같이. 2. 당신이 지나간 보도블럭을 밟았을 때 내가 사려던 책을 당신이 집어 들었을 때 한 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렸을 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당신과 나도… 춥다는 핑계로 귀 접어 주머니에 넣고 입이 벌어져 있으면 자꾸만 우리는 말이 쏟아질 것 같아요, 아침마다 지우개로 입술을 지우던 나 당신과 나의 선들이 교차하던 순간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