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김태정 / 고독수(孤獨樹)
고독수(孤獨樹) 김태정 고해소에 가던 길이다. 한낮의 시간은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간다. 거리에는 깊은 밤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조용하다. 골목길에 까마귀가 날개를 펼치고 죽어있다. 저 혼자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는 알 수 없다. 죽음은 수습해야 할 육신을 남긴다. 생이 떠난 육신은 급속히 썩어 들어갈 뿐이다. 살고 죽는 것은 저다지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높은 언덕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파른 언덕 위에는 뾰족한 지붕을 한 성당이 있다. 미사 시간이 다 돼가는 데도 누구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고스란히 받아 온 성당은 낡았지만 아직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하얀 망토를 두른 성가대원들과 꽃은 사라진지 여러 해 된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십자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