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고래를 격려하며 / 김예진
고래를 격려하며 / 김예진 외벽에 녹슨 고래 몇 마리 물 바깥으로 나와 숨을 쉰 흔적 그 숨을 찾는 심장소리가 손끝에서 떨렸다 혼신을 다해 호기롭게 살았을 먼 우주를 되짚어도 더 이상의 숨은 없다 때때로 바람이었다가 절벽이었다가 수세기의 흔적이 수 천 년 거리에서 천변 반구대를 서성였을 내세의 염원과 사랑을 갈구하는 수단이 손아귀 힘이었다면 피눈물로 쪼아서 새긴 그 기원이 울음에 갇혀 해답을 기다리는 동안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늙은 고래가 볼모로 잡혀있다 녹슨 세월이 한데 엉겨 붙어서 아직 물을 건너지 못한 배고픔과 서러움 매질과 학대와 손가락질 슬픈 작살에 핏물이 번지고 뼈와 살이 바람으로 흩어지고 다른 행성에 잘못 온 것처럼 가압류 딱지가 붙어버린 고래의 적막은 한겨울처럼 쓸쓸하고 세상의 기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