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푸른, 고서를 읽다 / 박경희
푸른, 고서를 읽다 / 박경희 소나무 그리움은 기린처럼 목이 길다쓰린 몸 향기롭게 그늘도 감아올려하늘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헤아린다 화첩의 여백으로 허공 깊이 살피면서삼릉*에 얹혀사는 풀잎들 가슴 속에바스락, 속지인 듯이 흰 구름 들앉히고 더러는 메마른 몸 바람에게 내어준 뒤조릿대 쑥부쟁이 그 앞섶 쓰다듬어잘 익은 풍경 하나를 남산에다 잇댄다 한 세월 갈고닦은 갑골문의 필법같이 어디선가 날아온 한 마리 딱따구리오늘도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하는 *신라시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무덤. 힘든 습작의 연속 … 초연히 내 길 걸어갈 것 그동안 너무 힘든 습작의 연속이었다. 당선 전화를 받고 저녁이 붉어지도록 나는 하염없이 걸었다. 내 삶은 생존의 질곡 속에 다양한 시상의 형태로 존재한다. 때로는 모순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