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고슴도치를 부탁해 / 유혜진
고슴도치를 부탁해 / 유혜진 아파트 현관문이 바람에 덜컹거렸다. 나는 점퍼 지퍼를 목까지 올리고, 아파트 게시판으로 갔다. 전단지들이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아파트 입구에서 혁기가 나에게 소리쳤다. “한지윤! 너 게시판에 낙서하는 거 내가 다 봤어.” “낙서 아냐. 고슴도치 찾으려는 거야!” “고슴도치!” 혁기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내가 쓴 글을 읽었다. “고슴도치는 한 마리뿐이야, 나머지 고슴도치가 있는 곳을 알려 줘? 이게 다 뭐야?” “나 무지 바빠. 너랑 얘기할 시간 없어.” 아파트 뒤에 있는 게시판 쪽으로 뛰자 혁기가 뒤따라왔다. 말해줄때까지 계속 따라올 모양이다. 차라리 빨리 말하는 것이 낫겠다. “금요일 밤에 베란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야. 나가 봤더니 고슴도치가 고구마 상자 안에 있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