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고양이의 자세로 - 임지현
고양이의 자세로 / 임지현 보일러를 틀기 시작한 날이었다. 온도와 가스비가 함께 올라가기 시작한 밤에 남자는 예정보다 빨리 잠에서 깼다. 5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 아래에서 닫힌 줄 알았던 방문의 긴 틈이 보였다. 손톱만 한 방에서는 다리만 뻗어도 문을 닫을 수 있었지만 이불 밖으로 다리를 내는 것도 싫어서 관두기로 했다. 영어학원으로 출발하기까지 취침시간이 세 시간이나 더 남아있었다. 도중에 일어나서 더 잘 수 있다니,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몸을 뒤집다가 그대로 멈췄다. 허리가 아팠다. 남자는 요즘 열흘 뒤에 있을 하프 마라톤 계주에 참가하게 되어서 평생 움직이지 않던 몸을 놀리고 있었다. 허리가 묵직한 것은 달리기를 하고 난 다음 날이면 으레 있는 일이긴 했다. 어쩌면 어제 조금 더 뛰어서 오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