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뜨게 부부 이야기, 양파의 시 - 곽길선
뜨게 부부 이야기 / 곽길선 내 가난은 에멀무지 뜨개질 하고 있다 도안 없는 가시버시 그 실눈 크게 뜨고 허공에 색실을 놓아 곰비임비 재촉한다 이랑뜨기 몰래하다 코 놓친 지난날이 너설을 빠져나와 휘감아 본 길이지만 마음은 삐뚤삐뚤한 아지랑이 길이 된다 어영부영 또 하루가 저녁으로 흘러가고 양지에 펼쳐놓은 눅눅해진 저 그리움들 오늘도 발바닥에 밟힌 티눈을 뽑아낸다 -뜨게 부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남녀. -너설: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 나온 곳. 양파의 시 / 곽길선 날마다 집에 갇혀 봄날을 기다렸던 한겨울 불면의 밤 스스로 걸어 나와 창문에 드리워진 슬픔 입김으로 닦는다 긴긴날 시린 생각 껍질을 벗겨내고 반짝이며 날아온 햇살의 지문으로 꽉 막힌 울대를 만져 닫힌 말문을 연다 얼룩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