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조규남 / 구름사촌
구름사촌 조규남 내 발도 하늘을 문질러본 기억이 있다 나무이파리처럼 시원하게 흔들리며 하늘에 발자국을 찍어본 일이 있다 바람이 건들대며 쓰다듬고 지나가면 구름도 덩달아 내 발을 슬쩍 신어보고 도망가던 자국이 자꾸 간지럽다 운동장 놀이기구에 몸을 기대고 물구나무섰을 때 아무리 참으려 해도 거꾸로 몰린 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쿵, 내려왔던 하늘이 되돌아가버리자 또 다시 땅을 딛고 온몸 받히며 살아가는 내 발 지금도 이파리가 되었던 짧은 시간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누워 뒹굴면서도 무심히 하늘을 더듬어보고 걸어 다닐 때도 발꿈치를 들어올리며 바람 느끼고 싶어 들썩인다 대낮에도 통로가 보이지 않아 눈물을 찔끔 훔치는 일도 최초의 천둥인 듯 크릉크릉 부르짖는 버릇도 내 속에 흐르는 구름의 피가 농간을 부리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