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국수 / 박은숙
국수 / 백향옥 허리가 굽은 노인이식당 구석진 자리에 앉아국수 한그릇을 시킨다네명의 자리에 세명을 비워두는 식사아마도 매 끼니를 빈자리들과의합석이었을 것 같다 잘 뭉쳐져야 여러 가닥으로 나뉠 수 있는 국수, 수백번의 겹이한뭉치 속에 모이는 일, 뜨겁게 끓인 다음에 다시 찬물에 식혀야질겨지는 음식, 그 부피를 많이 불리는 음식은 힘이 없다지만,그래서 여럿이 먹어도 한가지 소리를 내는 국수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는 저 노인의 슬하는이남 삼녀의 망종(亡種)꽃 핀 곳 없는 행색이지만한때는 다복했었을 것이다. 잇몸으로 끊어도 잘 끊어지는 빗줄기 같은 국수,똬리를 튼 국수를 젓가락으로 쿡 찔러 풀어 헤친다 치아도 없는 노인이 먹는데후루룩, 비 내리는 소리가 난다비 오는 날 마루에서 들리던 엄마의 청승같이뚝뚝 끊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