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농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황경란 / 그날 이후로
그날 이후로 황경란 금령은 예나 지금이나 봄이 되면 차밭에 올라 찻잎을 딴다. 지금에야 산 중턱에 정자도 세우고 바위가 닳아 의자 구실을 하고 있지만, 금령이 젊었을 때만 해도 녹차밭에는 마땅히 쉴 만한 곳이 없었다. 금령이 힘겹게 차밭에 오른다고 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감나무를 심어 곶감을 만들어 팔라고 권했다. 하지만 금령은 산에 올라 찻잎을 땄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멀리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차밭이 좋았다. 찻잎을 따는 봄이 가면, 또 봄을 기다렸다. 겨울은 길고 무서웠다. 더욱이 녹차나무가 눈에 뒤덮일 때마다 금령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이틀 만에 방문을 나서는 오늘 새벽, 금령은 어릴 적 기억을 밀어내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다미 넉장 크기의 나무로 지은 막사. 빛조차 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