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대상] 스케치-기린의 생태계 / 유휘량
스케치-기린의 생태계 / 유휘량 우린 목이긴 걸 기린이라 불러 하필 넌 목이 길구나. 누가 널 그리고 있는 걸 아니? 그림자를 졸여 만든 잉크로 괜찮아. 너는 그리는 동시에 사라지는 감각이 좋았다. 따듯한 색은 대체로 몸에 좋지 않았던 그때 핏줄엔 면역이 없어서, 핏줄에 묶인 몸이 싫다고 목에 핏줄 세우며 새가 새를 잡아먹는 건 이상하다. 완벽한 새장을 만들기 위하여 가시밭에 두 손을 넣어두고 돌아왔다. 그 두 손은 그림자놀이를 통해 새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럼에도 기린이 새를 입에 물고 불타는 머리를 흔드는 걸 보면 이상하다. 나무에 열리는 아가미는 싫어하면서 하루에 새 하나씩 꼬박꼬박 먹는 건 이상하다. 몸을 벗고 남겨진 자신을 봐. 복도 같이 긴 목에서 빠져 나온 새 새를 먹는 게 아니었구나. 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