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비단길 / 김경나
비단길 / 김경나 노인이 냄새나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었다. 끄응, 노인이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화장실의 깊은 악취가 바람을 타고 내가 있는 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가슴이 땀에 푹 젖은 노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차가 오고 있니." 문을 반쯤 열어두고 있으면서도 노인은 자꾸 내게 물었다. 땀에 젖은 흰 머리카락이 이마에 내려와 들러붙었다. 바람이 또 불어왔다. 사주 봐드립니다. 빈 사과 박스를 뜯어 쓴 글자가 바람에 쓰러져 땅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빈 공터 옆 수돗가에 앉아 메밀 국수를 끓이던 나는 고개를 들고 국도를 바라보았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길엔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었다. 바람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는 길이 보였다. 논과 밭으로 이어진 국도변은 구멍가게 하나 보이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