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나홋카의 안개 - 김득진
나홋카의 안개 / 김득진 안개는 바다를 떠돌다 외딴 항구로 몰려든다. 하얀 배의 연돌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안개와 뒤섞인다. 뱃고동이 안개의 미세한 입자 속으로 파고들며 공명을 일으킨다. 어느 순간 알로나가 탄 배를 안개가 삼켜버린다. 미쳐 버릴 것 같은 공허함이 왈칵 밀려든다. 나는 알로나를 떠올려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모습이 또렷해지지 않는다. 알로나는 떠나면서 내 머릿속에 든 기억까지도 거둬간 것 같다. 다시 눈을 뜨니 항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걷혀 있다. 하지만 알로나가 탄 배는 항구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 나는 두 살이 되기 전부터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엄마는 유복자인 나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집을 나간 뒤 소식이 없었다. 내 기억에 따른다면 핏줄이라곤 외할머니가 전부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