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슈게이징 - 김설옥
슈게이징 / 김설옥 밤은 보이지 않는 소리들을 품고 있었다. 로얄 타운 뒷담으로 통하는 길목 어귀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검은 고양이가 별안간 귀를 쫑긋 세우더니 어둠 속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긴 채 그것을 보고 있던 정혜가 얼른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큰 길 쪽에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되풀이할 뿐 별다른 기척은 없었다. 차 소리는 쐐쐐 날카롭게 몰아치는 눈바람에 묻혀 얼핏 파도 소리 같기도 하고, 긴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것도 같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열어서 재차 시간을 확인했다. 움직이기에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지금이야, 바로 지금. 정적이 웅덩이처럼 고인 곳을 훌쩍 건너뛰며 정혜는 자신이 한 마리의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도둑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