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꽃을 더듬어 읽다 / 김성애
꽃을 더듬어 읽다 / 김성애 리어카와 한 몸으로 꾸뻑이는 할머니 먼 길 걸어오셨나, 가슴이 흘러 내린다 바람은 소리를 접어 산속으로 떠나고 비 맞아 꿉꿉해진 골목들의 이력같이 소나무 우듬지에 걸려있는 저 흰구름 공중의 새를 날려서 주름살 지워낸다 색 바랜 기억들이 토해놓은 노을인가 중복지난 서녘에 붉은 섬 둥둥 띄워 초저녁 봉선화처럼 왔던 길을 되묻고 병마와 싸운 지난해… 당선 소식에 어둠의 터널 빠져나온 듯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곳을 오르고자 첫발을 딛던 날이 새삼 먼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오를 때 깨끗하던 계단은 세월의 얼룩이 묻어 나날이 낡아 갔습니다. 오르고 오르다가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이제는 내려놓으리라, 돌아서리라’ 수없이 주저하고 망설이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오늘, 그곳에 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