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떨어져 본 적도 없으면서! / 김세실
떨어져 본 적도 없으면서! / 김세실 “유림이 말고 더 나오고 싶은 사람 없니?” 있어요! 있어요! 있단 말이에요! 마음은 불같이 들끓는데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옴짝달싹 못 하는 입술이 미워지려는 찰나 삐죽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어…… 저요.” 선생님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방금 누구야? 수현이니?” 얼굴이 새빨개진 수현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아뇨! 저 아니에요!” 수현이를 보니 나도 저렇게 붉게 달아올라 있을 것 같아 얼굴이 후끈거렸다. 어차피 떨어질 텐데. 홧김에 저질러버린 고백처럼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쉽게 튀어나온 용기가 무색하게 다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반 애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 책상 아래에서 엄지손가락이 문드러질 만큼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