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영주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쌀점 - 김영순
쌀점 해마다 봄빛 돌면 통과의례 치르듯 식구들 손 없는 날 그것도 짝수 날에 남몰래 저녁 어스름 불빛처럼 다녀간다어머니는 무당을 나그네라 부른다 부엌에는 조왕신 애들 방엔 삼승 할망 달랠 신 또 하나 있네 능청스레 뜨는 달“인정 걸라, 인정 걸라” 요령소리 댓잎소리 내 사랑 고백 같은 심방사설 잦아들면 놋쇠 빛 산판에 걸린 식솔들 신년 운수공기 놀듯 쌀 몇 방울 휙 뿌렸다 잡아챈다 홀수는 내던지고 짝수만 받아 삼킨다 입춘이 갓 지난 봄빛 씹지 않고 삼킨다 [당선 소감]김영순 ▲ 김영순씨(시조 부문 당선자)‘너를 걸어라. 무모하라. 끝까지 가라.’ 내 노트북을 열면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시작이 좀 늦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좋은 시들을 많이 읽고 필사하고, 열심히 하고자 나름의 몸부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