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종점 만화방 / 김은희
종점 만화방 / 김은희 벽돌이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봉투 뒤에도, 말라죽은 화초가 막대처럼 꽂혀 있는 화분 뒤에도 벽돌은 없다. 입구 옆에 놓아두었던 벽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벽돌 없으면 입간판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글자의 'ㅁ'자 모서리 부분의 페인트가 벗겨져 'ㅇ'자처럼 보이는 입간판은 벽돌을 괴어놓지 않으면 옆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나무판에는 '만화' 라고만 검은 페인트로 자그맣게 써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종점'이라 부른다. 이노인의 말에 의하면 '종점'이라는 이름은 만화방으로 업종을 변경하기기 전의 이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색시집, 다음엔 여관, 대포집. 하지만 여러 업종으로 바뀌면서도 한결같이 종점이란 이름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