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극야의 새벽 - 김재길 (X)
극야의 새벽 / 김재길 얼붙은 칠흑 새벽 빗발 선 별자리들 붉은 피 묻어나는 눈보라에 몸을 묻고 연착된 열차 기다리며 지평선에 잠든다. 황도(黃道)의 뼈를 따라 하늘길이 결빙된다 오로라 황록 꽃은 어디쯤에 피는 걸까 사람도 그 시간 속엔 낡아빠진 문명일 뿐. 난산하는 포유류들 사납게 울부짖고 새들의 언 날개가 분분히 부서진다 빙하가 두꺼워지다 찬 생살이 터질 때. 제 눈알 갉아먹으며 벌레가 눈을 뜬다 우주의 모서리를 바퀴로 굴리면서 한 줌의 빛을 들고서 연금술사가 찾아온다. 황천의 검은 장막 활짝 걷고 문 열어라 무저갱 깊은 바닥 쿵쿵쿵 쿵 울리면서 안맹이 번쩍 눈 뜨듯 부활하라 새벽이여. *극야: 밤만 계속되는 시간을 말함. ‘백야’의 반대 현상 [시조 당선소감] "시조를 향한 도전… 최전방으로 날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