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아시아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김종보 / 이웃사촌
이웃사촌 김종보 이른 아침, 창밖 은행나무에서 넘어온 앙칼진 까치 소리가 속잠을 흔든다. 내가 사는 빌라 앞쪽 다님길에 수령이 족히 칠팔십년은 됨직한 늘품 있는 은행나무 한 쌍이 자리하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혼인목이다. 주위 상가나 건물들이 ‘은행나무 세탁소’나 ‘은행나무 빌딩’ 등으로 첫 이름자를 지을 만큼 동네에서 명물이 된 존재이기도 하다. “이웃이 좋으면 매일 즐겁다”는 프랑스 속담처럼, 나란히 서있는 이 부부나무를 이웃 겸 친구삼아 지내는 재미는 독특하고 색다른 맛이 있다. 조선시대 특별한 나무에 벼슬을 내린 일이 더러 있었고, 지금도 나무가 장학금을 내놓기도 하고 자신이 보유한 토지로 재산세를 물고 있으니 나무의 인간취급이 엉뚱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