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작] 질주하는 세계, 그럼에도 지금 여기 ‘있는’ 몸 / 김지연
질주하는 세계, 그럼에도 지금 여기 ‘있는’ 몸 / 김지연 1. 몸의 행방 지면에 발을 딛는 동시에 힘껏 밀어내며 반대쪽 고관절과 무릎을 접어 올린다. 몸의 움직임을 머리로 인지하기도 전에 허공에 떠오른 발이 내려와 다시 지면을 딛고 밀어내길 반복한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기도를 통과해 폐에 가득 차고, 이내 뱉어낸다. 거친 숨에 어깨를 들썩이며 양팔을 앞뒤로 움직인다. 얼굴을 들어 바람을 맞고 시선은 정면을 바라본다. 시선의 양쪽 가장자리로 풍경이 조금씩 사라진다. 달리는 일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몸을 느끼는 방법이자, 세계와 몸을 맞대며 만나는 경험이다. 장소를 요가 매트 위로 바꾸어 본다. 한 자세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 요가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상상 이상으로 격렬한 운동이다. 근력을 이용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