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포토그래퍼 / 김지원
포토그래퍼 / 김지원 기태 쪽으로 검지를 세운다. 정수리를 시작으로 함초롬한 머리칼을 먼저 그린다. 둥근 턱과 좁은 어깨를 지난다. 쭉 뻗은 팔과 열 개의 손가락, 일자형 허리와 작은 엉덩이, 몸에서 제일 긴 두 다리까지, 다리 끝에 달린 작고 앙증맞은 발가락까지. 마치 사진을 찍듯 어둡고 은밀한 부분들을 손가락으로 찍어낸다. 그의 등에 입체적으로 솟은 사마귀도 잊지 않는다. 기태의 등에 솟은 사마귀는 유난히 볼록했고 컸다.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 뿌리까지 뽑힐 것 같던 그것은 뿌리를 등뼈 깊숙이 내렸는지 결코 뽑히지가 않았다. 피부를 뚫고 나온 나무줄기 같았다. 나무줄기에 붙어 죽은 삭정이 같기도 했다. 기태는 사마귀를 제거하지 않았다. “사마귀 말이야. 더 커진 거 아니야?” 나는 사마귀를 보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