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죽부인竹夫人 / 김후자
죽부인竹夫人 / 김후자 재활용 쓰레기 더미 위에죽부인이 누워계신다다른 건 다 가져가도 사람들죽부인에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다상처가 상처를 달래줬을 시간들이구멍 뚫린 살 속으로 파고든다조강지처 어머니도 버려진 적이 있었다틈만 나면 밖으로 도는 아버지휘파람 따라 둥둥 떠다닐 때대숲에 휘청이는 바람소리만 안고뒤척이던 어머니는얇은 잠속에서도 늘 깨어있었다아무것도 줄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노을처럼 느적느적 돌아오신 아버지버려진 아버지를 품에 안은 건죽부인 당신이었다곧은 성품,흐트러짐 없는 당신이 누워계신다움푹 패인 상처마다괜찮다, 괜찮다 나지막한 소리달꽃이 피었다 시의 문고리를 잡고 제 글 중심에는 늘 어머니가… '시가 뭔지 아느냐'라는 질문엔 아직도 쭈빗쭈빗 말문을 잇지 못합니다. 이제 막 시의 문고리를 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