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까마귀 서점 / 박문후
까마귀 서점 / 박문후 길 대리가 책을 읽고 있다. 아침 안개 때문에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전봇대에 앉은 까마귀가 서점 안을 들여다보며 누구와 대화라도 나누듯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창가에 서서 눈으로 까마귀를 좇는다. 아마도 통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또 다른 친구쯤으로 생각하는가 싶어 재미있었다. 까마귀가 전봇대에서 내려와 그가 종이박스로 마련해준 먹이통에서 낱알을 쪼다가 통유리창 앞까지 다가오더니 부리로 유리를 두드린다. 까마귀를 따라다니던 나의 눈에 그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는, 15도 정도 숙여진 상체가 흡사 막 내려앉아 날개를 접은 까마귀 같았다. 좀 전의 까마귀가 실내에 들어온 것인가 하고 나는 실없이 웃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금붕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