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끌쟁이 / 정성우
끌쟁이 / 정성우 출근하자마자 사장에게 진열대가 비었다는 짤막한 문자를 받았다. 샘플용 원단을 잘라 놓으라는 지시였다. 원단은 저마다의 음색을 갖고 있다. 굵고 드문드문한 옥스퍼드는 'ㅈ'을 질기고 차지게 연발하다가 끝을 뭉개고, 얇고 촘촘한 모스린은 'ㅅ'이 무르게 늘어지다가 떠버린다. 자수 박힌 자가드는 'ㅅ'이 얼마 안 가 'ㄱ'을 업은 무게를 못 버텨 추락하고, 울퉁불퉁한 린넨은 반 토막 'ㅅ'을 'ㅈ'이 덮쳐누른다. 결이 비스듬한 트윌은 옅어지는 'ㅅ'을 'ㅈ'이 물고 끝까지 놓지 않는다. 먼저 자가드 두루마리를 재단용 롤러 위에 얹었다. 오른쪽 모서리를 잡고 오른팔을 힘껏 뻗었다. 관성이 작용해 팔보다 길게 풀렸다. 아래쪽 테두리에 자를 댄다. 왼손 엄지로 90cm 지점을 책상에 누르고 왼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