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끼리끼리 마을 / 김다혜
감격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한 걸음 더 떼고파 쉿! 끼리끼리 마을 소곤소곤 단지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소리일 거야. 소곤소곤 단지에는 매우 엄격한 규칙이 있거든. 첫째, 저녁 8시 이후로는 악기 연주와 세탁 금지. 둘째, 휴대전화 벨 소리는 진동으로 맞추어 놓기. 셋째, 대화할 땐 소곤소곤.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지. 그런 우리 단지에 이상한 일이 생겼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운전하던 엄마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 밖을 바라보니 까만 스프레이 칠이 된 표지판이 지나가지 뭐야. 요즘 끼리끼리 마을에서 우리 소곤소곤 단지에만 일어나는 일이었지. 일주일 전부터 까만 스프레이가 나타난 뒤로 ‘올해의 다툼 없는 마을 상’을 받았다는 현수막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