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나와 그 녀석 - 이혜수
나와 그 녀석 / 이혜수 나는 입을 꾹 닫은 채 앞만 보고 걸었다. 녀석은 내 뒤를 무슨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따라왔다. 녀석이 여기에 올 줄 몰랐다. 더욱이 나와 같은 조가 되고 이렇게 단둘이 산속을 헤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대처법을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빠는 돈도 못 벌면서 나한테는 열심히 투자한다.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상하지만, 아빠의 극성 덕분에 나는 동네에서 가장 비싼 학원만 다닌다. 방학 때에는 별별 캠프를 다 가는데 이번 여름에는 ‘호연지기 리더십’ 캠프다. 겨울에는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 주겠단다. 그래 봤자 소용없다. 내가 안 하면 그만이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아빠도 틀릴 때가 있다는 걸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