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로드킬 - 나푸름
로드킬 / 나푸름 냄비에서는 멸치 우리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시금치 끝단을 다듬고 있었다. 점심을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남자는 문득 저 여자가 누구인지 생각했다. 부엌에 있는 아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남자는 곧 그 낯섦이 아내가 아닌 자신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아침을 먹고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은 분명 제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낯선 모습을 소화하기 위해 무릎 위에 올려놓은 신문의 사회면을 꾸역꾸역 읽어 내려갔다. 넘어가지 않는 문장들이 명치를 짓눌렀다. 겨우 한 달. 남자는 아내가 있는 부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등을 지고 선 뒷모습을 훑어보다 다리 부근에서 시선이 멈췄다. 아내의 뒷모습은 회사의 어느 여직원보다도 볼품없었다. 너무 푹 익..